근착 외신보도에 의하면 교황께서는 신학자 · 철학자와 사상가들로 구성된 신앙 · 교리 · 윤리 도덕에 관한 교황의 신학자문위원회를 구성하였다고 전한다. 칼 라너, 이브콩갈 등 구라파를 중심으로 하는 18개국의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 30명으로 구성된 이 자문위원회는 신앙교리나 윤리도덕에 관한 신학적 문제를 세계를 사목하는 교황에게 자문함으로써 즉 교황이 자문을 받게되었다는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한다면 교회 전반에 관한 문제, 특히 그 핵심체를 이루고 있는 문제에 신자 모두가 적극 참여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신앙교리나 윤리도덕에 관한 문제는 교황이나 공의회에 전속되고 그 최후의 결정원을 가지고 있으며 거의 교회권위층의 독점물처럼 여겨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교회도 인간을 위한 기관이며 세계안의 교회라고 한다면 신앙교리나 윤리 도덕에 관한 문제 역시 교회권위층은 이 방면에 전문적이고 권위있는 많은 전문가들을 직접 참여시켜 그들의 풍부하고 다양한 지식을 자문받음으로써 인간과 세계를 향한 현대교회가 좀더 폭넓게 교회현대화의 실현에 일보 전진했다는 뚜렷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겠다. 이것이 어디까지나 자문위원회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의결권은 없는 것이지만 교황이 이 자문위원회의 연구와 의견을 널리 참작하고 존중해서 교회나 사목에 관한 중대한 결정이나 교서를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 한국교회의 경우에 있어서도 이미 여러번 건의하였거니와 신앙이나 윤리문제를 위시하여 사회문제 등 사목전반에 걸친 이런 종류의 자문위원회의 설치가 시급히 요청됨을 다시 이기회에 강조하는 바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교회지도자들은 이론상으로나 실천면에 있어서 특히 사회전반에 관한 문제에 일반 평신도들보다 뒤떨어졌다고 해서 속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교회도 인간과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가는 기관이라고 한다면 직접 이런 문제들을 다루고 또한 실천하고 있는 평신도들이 신앙을 기초로 한 이러한 인간과 사회문제의 보다 효과적인 해결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은 시대의 요청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름지기 전통적인 권위의식을 내세우기 전에 교회행정 · 사목 · 재정문제 등에 신부나 평신자들의 넓은 의견을 실질적으로 참작하고 응용할 수 있는 기구의 설치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방면의 한국가톨릭교회의 실정은 아직도 전근대적이고 고식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몇몇위원회나 협의회나 교회단체들이 각 교구별로 구성되었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형식적이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더구나 전국적인 어떤 교회협의회나 자문위원회 같은 것을 결성된다고 해도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전국교회지도자들의 아량과 적극적인 재정의 협조 등의 결여로 말미암아 유명무실한 유령단체로 전락하고 말 위험성이 짙은 것이다. 이제 한국가톨릭교회도 추기경을 모심으로써 명실공히 세계가톨릭교회의 대열에 들게된 만큼 특히 한국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은 교회문제 전반에 걸쳐 보다 광점한 인재들의 교회참여의 길을 터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