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葉落而知天下之秋라더니 불현듯 온갖 迎秋頌이 조금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절기가 되었다. 비라도 부실 부실 오는 밤에는 늦도록 앉아 책을 읽노라면 옛 어른들이 읊조리던 秋夜三更雨 燈前萬里心의 그윽한 心境을 자못 생생하게 실감할 수도 있어지리라. 혹은 憂愁에, 혹은 認識으로 향한 뜨거운 熱情에, 혹은 가슴 밑바닥까지 무겁게 드리워진 어둡고 짙은 苦惱에 잠겨, 가을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장 깊은 本質인 眞我에 도달하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 意識의 深淺을 불문하고 누구나 좀은 肅然해지고 좀은 成長하는 계절임엔 틀림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學街는 아직도 정문을 활짝 열어 제치지 못하고 있으니 무엇보다 유감스럽기 짝이없는 일이다. 思惟와 知性으로, 초롱초롱해진 눈망울로 자신을 발견하고, 自我의 法則을 스스로의 容量 대로 구축해가야 할 젊은이들이 본의 아닌 휴가를 길바닥에서 허송하고 있는 반면 한산한 「캠퍼스」 속엔 소슬한 바람결을 타고 종이부스러기나 굴러다니고 코스모스만 쓸쓸히 나부끼고 있으니 무언가가 잘못돼도 보통으로 잘못된게 아니다. ▲정치든, 경제든 교육이든, 종교든, 한 나라를 구성하는 모든要素는 각자가 점해있는 「포지신」 속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함으로써 비로소 全體에 기여하고 전체를 같이 發展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民主主義의 기본원리가 바로 그 개개 요소의 獨立의 존중이며 독립 내에서의 가능한 한의 발전도모가 아닌가? 한 要素의 勢力이 과도하게 팽배해져서 다른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린다면, 그런 속에서도 과연 社會正義와 秩序가 원활한 신진대사 속에 유지될 수 있을까? ▲얘기가 났으니 말이지, 우리政治風土의 非理性은 암담을 넘어 실로 아연한 구석이 너무도 많다. 최근의 事態들은 웃기에도 울기에도 객적은 稚戱의 連發이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언제부털까, 그런 따위 희롱이 하나의 侮멸的 習慣으로 이 땅에 등장하기 始作한 것은? ▲어쨌거나 하루바삐 모든 학교는 건강한 웃음 속에 상복복귀 돼야 한다. 抑壓은 질식이다. 장기간의 마비 속엔 混亂과 無秩序만이 초래될 뿐, 바람직한 아무것도 生産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