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우리나라에는 무슨 「날」 또는 무슨 「주간」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싫다는 것이 아니라 그 뜻이 그르게 의식되거나 그 효과가 흐려지고 때로는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없지 않는 것 같아 걱정된다는 것이다. 계몽기에 있는 사회에 있어서는 특히 무슨 날이나 무슨 주간을 정해 뜻있는 행사와 더불어 민중의 관심을 고취하고 계몽한다는 것이 효과적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종류가 오늘과 같이 잡다해지고 보면 한가지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시급하고 필요성이 큰 것 몇가지만을 남기고 나머지를 정리해야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그러나 「경찰의 날」은 오늘의 우리나라 사회양상으로 보아 크게 부각시켜야할 행사의 하나이다. 우선 경찰에 대한 국민의 의식과 경찰관 스스로의 인식이 바르게 계몽되어야 하겠고 그 계몽운동을 통하여 사회의 공공질서가 하루속히 바로잡혀야 하겠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제정하에서 형성된 경찰에 대한 국민인식은 생존과 침략의 대결 민족과 민족의 대결을 그 내용으로 하는 증오와 반항이었다. 물론 도적을 잡아주고 위험을 예방하는 제구실도 했다. 그러나 가가호호를 뒤져 민족의식을 말살하고 인권을 빼앗아간 것도 그 당시의 경찰이었다.
백성이 경찰을 두려워하게 하는 것은 식민지 경찰행정의 본질이다. 겁에 질려 애국애족도 인권주장도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불행히도 그 타성적 의식이 오늘에 와서도 국민이나 경찰관에게 어떤 모양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백성은 경찰을 믿고 협력하는데 소극적이고, 경찰관은 그 직책의 성질상 부득이하여 주어진 재량권(裁量權)을 남용함으로써 권력을 과시하려드는 경향이 있다.
경찰은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하여있다. 국민에게 명령하고 강제하고 그 위반자를 징벌하는 행정작용을 하는 것은 질서유지를 위하여 직접적인 최소한도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이와 같이 그 내용이 국민의 자연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그 한계가 법규로써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일반국민생활에 관하여 직접관계하는 임기응변의 작용이므로 그 성질상 많은 재량(裁量)의 여지가 필요하고 또한 그 재량권의 선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경찰권의 한계는 법규상의 제약보다 오히려 조리상(條理上)의 제약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선량한 국민의 생활질서를 파괴하는 사회악이 나날이 불어가고 있다. 이 불행한 현상을 경찰의 기동력과 반질서자의 파괴력간의 성장경쟁에 맡겨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예방과 제거에 모든 선량한 국민이 협력하지 않는 한 그 불행을 막아낼 길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의 경찰관은 선량한 국민의 신뢰와 협력을 얻는데 보다 큰 각성과 노력이 있어야할 것이고 국민은 공공질서와 경찰의 기능을 깊이 이해하고 협력하여 사회평화를 통한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야할 것이다. 원래 경찰은 선인(善人)의 것이기에 선량한 국민은 경찰을 내 것으로 의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