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7년 6월에 유럽과 미국에 유학하면서 동 「베르린」을 거점으로 한국의 적화공작을 해오던 유학생간첩단을 검거한 사건은 아직도 우리들의 뇌리에 생생하다.
그런데 또 이번에는 일본과 영국에 유학간 학생들이 북괴의 간첩이 되어 국내외에서 지하운동을 하고 지성인과 유학생 포섭공작을 하다가 검거된 사건이 터졌다. 정보부 발표에 의하면 그중에는 현직 국회의원, 대학강사 등이 끼어 있고 그 수가 60명을 넘는다고 한다. 아연할 일이다.
우리는 그와같은 일련의 유학생간첩화사건을 보고 이나라의 지성을 의심하게 되는 동시에 유학생 지도에 관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근간에 와서 북괴의 간첩망이 국외에 있는 유학생포섭과 국내의 지성인포섭에 눈독을 올리고 있다는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의 동「베를린」 사건이나 이번 사건에서 그들의 포섭, 침투가 주로 장학금 지급이나 유학지도라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난한 유학생생활의 약점을 잡아 학자금이나 연구비를 대주고 국내외 인사를 국외로 불러내어 대담한 포섭공작을 하여왔다. 동「베를린」과 일본은 평양에서 직통하는 그들의 근거점으로 되어있다. 그들은 붉은책이나 입당원서를 주기전에 먼저 객인(客人)이 아쉬워하는 이념과 돈을 주어 항거하기 어려운 인정의 함정으로 끌어넣는다.
많은 공작금이 그들을 동「베를린」으로 혹은 평양으로 부른다. 그러다 보니 간첩이 된다. 만약 처음부터 공산주의의 이론비판이나 정책비판을 하라면 듣고 배운대로 반공이론을 웅변하였을 사람도 그중에는 적잖이 있었을 것 같다. 결국 그런 반공사상은 돈이나 인정으로 거래되는 흥정거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지성인 가지고 있는 반공사상이 얼마짜리냐는 것이다. 생명과도 바꿀 수 없는 것도 있겠지만 돈의 다과(多寡)에 매인 것도 상당히 많을 것 같다.
사상이 적화되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주구(走狗)가 되어 이나라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은 더 많을 것 같아 마음이 안놓인다. 언제나 신념이 없는 사상은 흥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부는 유학생 지도를 위해 해외에 장학실을 둘 계획이라는 말이 들린다. 우리가 알기로는 유학생만큼 지도하기 어려운 대상이 드물다. 자유당때의 이야기지마는 유학생의 비위를 건드려 대사나 공사가 본국소환 또는 좌천되는 예도 있었다고 한다. 아직도 곳에 따라서는 해외공관이 유학생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격이 아닌가 의심된다. 그렇다면 장학실을 두어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그저 유학생의 정보 · 감시만을 위한다면 공관에 맡겨 그 기능을 독려하는 편이 실리적일 것 같다.
장학금이 확실치 않은 유학은 보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에서는 다른나라에 비해 유학생의 선발과 여권발급을 유달리 까다롭게 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러면서도 장학금관계는 비교적 허술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또한 유학생들의 반공사상지도는 역시 반공을 신앙하는 종교인에게 맡기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유학중인 방인(邦人) 성직자나 그곳 성직자에게 정식으로 위촉하여 그들의 타의없는 사상지도를 받게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반공은 글로 쓰고 입으로 말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바쳐 실천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