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잎 두잎 떨어지는 낙엽은 詩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은 너무나도 벅찬 感懷를 자내게 한다. 이제 10월도 막바지에 이르러 모든 초목들은 퇴색해가고 있다. 그렇게도 아름답게 이 땅위 장식하던 五色휘황했던 꽃과 나무 잎들이 떨어져 간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렇게도 많이 주님의 무한하신 영광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것들을 보고 과연 몇 사람이나 주님께 찬미를 드리고 주님의 크신 영광에 감탄했을까? 어느 詩人은 한떨기 「모란」꽃을 피우게 하기 위해서, 안개낀 봄날 밤을 『두견새는 얼마나 울었느냐』고 읊었다. 모두가 다 인간은 제각기 보는바가 다르겠지만 한가지 事物안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손길을 본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모란꽃을 피우게 한 그 숨은 손을 두견새의 울음소리에서 본 詩人의 마음은 엄마나 고운가!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 詩를 읊조리고 눈물까지도 짓는다.
그렇다면 이 땅에 가득찬 天花蔓草를 피게 하시는 숨은 손이신 하느님의 役事하심을 보는 사람은 얼마나 황홀하고 행복할 것인가! … 그런데 가을이 되고 단풍이 물들고 급기야 모든 꽃과 草木들은 시들어 간다. 꽃은 피었다 시들어 가고 사람은 났다 죽는다. 이것은 어쩔 수없는 大自然의 法則이다.
그렇게도 아름다운 꽃을 피게 하신 하느님이 어이타 낙엽의 가을을 오게 하셨던가? 그리고 靑春은 늙고 죽어야만 하게 마련하셨던가? 과연 여기에서도 주님의 영광은 드러나고 있는 것일까? 꽃은 떨어지기 때문에 哀惜함이 더한 것이며 젊음은 늙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더 所重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꽃은 떨어져야 열매를 맺고 人生은 늙어감으로써 완숙해진다. 이 理致를 깨닫는 사람은 지는 꽃잎도 늙어가는 靑春도 그렇게 아깝지도 않으며 안타깝지도 않으리라. 그리고 人間의 죽음은 저 가을의 結實과 같이 永遠한 삶에로의 시작임을 아는 사람은 진정 幸福할 진저. 주님의 하시는 일은 얼마나 오묘하시며 얼마나 아름다우신가! 저 낙엽에 깃들은 깊은 뜻이여!
주님은 영원히 찬미 받으실 분이시다.
金蒙恩(神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