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1일부터 16일까지의 전국주교회의에 모였던 주교들은 한국가톨릭교회의 사회조사를 시행키로 결의하였다. 이 소식은 현대인이요 가톨릭인 우리에게 일대희소식이 아닐 수 없는 한편 무엇보다 먼저 이 조사가 조속한 시일내에 올바르게 신중하게 실시되기를 희원하는 바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사회조사를 가톨릭側에서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 조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個個人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교회에 주어진 사명은 인류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구원하여 한몸을 이루고 하느님의 나라를 建立하는 것이며 이 사명의 주도권을 갖고 실현해가는 이는 하느님이고 또 그의 은총이다. 하느님의 은총은 인간을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人間의 자유를 존중하며 인간의 속성을 발휘시켜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은총과 인간은 협조하게 마련이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구체적인 사회속에 존재하며 이 사회의 영향과 압력과 요구를 받고 또 그의 풍습과 사고방식을 따르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인간을 알아듣기 위해서 사회학이 꼭 필요하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이후 교회와 사회간의 거리는 단축되었고 또 오늘날의 사목은 사회를 도외시하고는 실천될 수 없다.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는 사회에도 그 원인이었고 따라서 교회는 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냉담자문제가 그렇고 성소감퇴·입교율의 저하문제가 그렇다. 또 한국사회자체가 近年에 대단한 발전과 변화를 보게 되었다. 급진적인 경제개발, 전통사회의 급작스러운 산업화 등 이러한 사회구조의 변화로인한 문화의 격차는 종교생활에도 극심한 변화를 초래했다.
이러한 사회변혁에도 불구하고 종래의 가톨릭敎會는 아무런 對社會的인 適應策도 없이 침체된 느낌이다.
실상 현재 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는 성직자들은 단체적 행위가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主日미사의 출석율이 계절과 축일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그룹형성의 원칙(학교·공장·회사·오락 등)이 무엇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이에 따라 本堂司牧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대사목의 특징은 과학적이요 조직적이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과학적이라고 하는 것은 막연한 주먹구구식 사목을 지양하고 정확한 도표에 의한 사목을 지칭하는 것이니 이 도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학적인 無計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가지더 부언하고 싶은 것은 교회는 새로운 시대를 찾아가고 있다. 즉 쇄신의 도정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현 상태를 올바르게 진단하고 사목계획을 세워야한다. 마치 환자를 치료할 때 진단없이 아무약이나 쓰지 않는 것처럼 교회를 쇄신 하는데도 올바른 진단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실을 감안할 때 가톨릭교회의 종교사회조사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실시하게 된 것은 진정 경하해 마지않는다.
한편 이 종교사회조사가 중요하면 할수록 허술히 다룰 수는 없는 것이니 많은 전문가들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거기에는 비단 사회학자뿐 아니라 신학자 경제학자 심리학자 교육가 사가(史家) 종교인문필가 등 모든 사회부문에 걸친 전문가들을 총망라한 협조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학자들로 구성된 위원들이 지금부터 자료수집을 하고 조사연구 시작해야한다고 본다. 그뿐 아니라 이 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사회조사 연구소가 꼭 있어야 할 줄 안다. 아직도 이러한 연구소가 存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엄연한 실정이다.
한편 이 조사를 성급히 서둘다가는 실패할 우려가 있다. 거기엔 많은 노력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유인즉 사회진단이란 그리 용이한 것이 아니며 성급히 굴다간 오진(誤珍)을 하여 사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실책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도 많은 조직中에 사회만큼 복잡한 것도 없으리라.
사회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된 만큼 불원간 조사서가 우리각자의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조사서가 올바르게 이용될려면 올바른 답이 여기에 적혀져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조사서 작성자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피조사자 역시 조사의 뜻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조사서가 발행 배부되기 前에 우리 신자들을 계몽시킬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일단 조사의 자료가 수집되면 통계가 나올 것이고 실상 중요한 일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즉 통계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며 새로운 사목방침의 모색이다. 이때 하느님 앞에 겸손됨이 필요하고 그의 은총의 절대적 역할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회조사는 우리교회의 장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사이니만큼 우리敎會전체의 관심사가 되어야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