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적 십계명
①오늘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마십시오. ②돈을 벌기 전에 여러분의 돈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③물건 값이 싸다고 불필요한 것을 사지 마십시오. ④배가 부르도록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못마땅하게 생각지 마십시오. ⑤기꺼운 마음으로 일을 하십시오. 그러면 지칠 줄 모를 것입니다. ⑥당신이 하실수 있는 것을 남에게 부탁하지 마십시오. ⑦허영과 교만은 굶주림 이상으로 비참을 격게 합니다. ⑧만사에 실천행동으로 시작하십시오. ⑨마음으로 만든 걱정과 고통을 물리치십시오. 실지는 오지 않는 걱정거리 입니다.
⑩당신이 불만스러운 상태에서 말하실 때는 먼저 열을 센 다음 하시고 만일 분노 하였을 때는 백을 센 다음 말씀 하십시오. 이것은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실용주의 생활규칙으로 남긴 십규다.
오래간만에 귀국해서 보니 『우리도 잘 살아보자』하고 몸부림치고 있는 모습과 선진을 바라보면서도 후진성을 탈피 못하고 그 안에서 맴돌고만 있는 것이 제일먼저 눈에 띄어 답답한 느낌이다. 우리의 후진성은 물질적인 것 보다 오히려 정신적인면에 수두룩 깔려있다고 지적하고 싶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있는 친지들과 할라치면 으례 『모두 가난이 탓』라고 체념적인 말을 하는가 하면 『아이구 이 사람아 십년전에 비하면 얼마나 나아졌다』하는 식의 자위적인 말을 듣게 된다. 체념이나 자위로 답답한 심정을 달래려고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어딘지 석연치가 않다.
작년 스위스에 있을 때 교회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건설」을 읽다가 모택동사상에서 우리도 배울 것이 있다하는 기사가 눈에 띄어 호기심에서 읽어본 기억이 난다.
『칠억 중공인민의 밑천은 가난이다. 현상적으로는 불행한 일이지만사실에 있어서는 다행한 일이다. 왜? 가난은 변화와 행동과 혁명에로(정신적) 우리의 정신자세를 힘차게 밀어주는 원동력이 되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을 밑천삼아 문화혁명을 해야 한다. 왜? 우리는 흰종이 위에 무엇인가 쓸 수 있고 그릴 수 있지만 검은 종이위에는 불가능하지 않은가? 새것을 쓰고 아름다운 것을 그리려면 검은 정신부터 깨끗이 손질해야겠다. 이런 것이 그 골자였다. 여기에는 체념이나 자위의 정신자세가 없을 뿐아니라 철저한 논리와 「다이나믹」한 강력한 행동주의가 제시되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 부강을 뒷받침 해준 제퍼슨의 십계명이나 칠억의 인민을 끌고 가는 「모」의 행동철학이 있듯이 우리도 우리의 후진성을 청소할 수 있는 정신운동이 여간 아쉽지 않다. 이러한 아쉬움은 비단 국민생활 경제생활면에서만도 아니다. 한국종교계도 그러하고 그중 한국가톨릭 또한 그러하다. 「바티깐」 공의회가 교회쇄신작업원리를 제시한지 벌써 다섯해가 넘어가고 또 한해가 다가온다. 산발적인 쇄신작업이 있었기는 하지만 80만의 신자와 808명의 성직자단이 하나로 뭉쳐서 우리의 침체와 후진을 박차버리고 나설만한 행동체계가 절실히 아쉽다.
남들은 「로마」 가톨릭의 통일성과 단합을 부러워하지만 통일과 단합의 「값진 보화」를 땅속에 묻어두고 있으니 부끄럽고 따분하기만 하다.
이번호부터 본란 필진이 바뀝니다. 앞으로 이종흥(대구대교구 상서국장) 신부님의 10회에 걸친 俊筆에 기대하는 바입니다. (편집자註)
李鍾興 신부(대구대교구 상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