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바오로 6세는 「제네바」에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 본부를 방문하여 교회일치운동에 큰 자극을 주었다. WCC 사무총장 블레이크 박사와 범교회지도자들의 영접을 받으며 행한 그의 역사적인 연설에서 가톨릭교회가 세계 프로테스탄트교회의 협의기구인 WCC에 가입할 시기가 아직 성숙하지 않았으나 WCC의 기구를 존중하고 그 일치운동에 희망을 건다고 말하였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가톨릭교회는 신교측의 연합운동과 WCC운동(일치)에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던 것이 시살인데 요한 23세의 폭넓은 아량으로 1961년 인도 「뉴델리」에서 있었던 WCC 제3차 총회에 정식으로 「옵서버」를 파견하여 신교의 일치운동과 관계를 맺은 이래 오늘날까지 WCC에 대한 가톨릭의 협조와 성원에는 변함이 없다. 요한 23세의 공의회 소집 목적이 가톨릭교회의 내부 쇄신과 세계와의 대화외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교회일치」의 재건을 모든 그리스도신자들 사이에 촉진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티깐」 공의회 「일치율령」에 타교회에 대한 태도를 반성하여 분열 때문에 교회자체로서도 그현실생활 속에서 완전무결한 보편성의 충만을 드러내기 어렵게 되었다고 인정하고 만약 가톨릭이 하느님과 갈려나간 형제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용서해주기 바란다고 말함으로써 일치에 대한 가톨릭의 진실하고 겸손한 염원을 드러냈다.
이번에 교황 바오로 6세의 「제네바」 방문에서 신학적 쟁점들을 포함한 해결되어야 할 많은 문제로 인해 가톨릭의 WCC 가입이 시기상조라고 하였다 하여 교회일치운동이 후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뿐 아니라 가톨릭이 WCC에 가입함으로써 일치의 결실이 지금 당장 이룩되리라는 성급한 기대를 가질 수도 없다.
사실상 WCC에 가입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신앙과 직제위」(信仰과 職制委)에서는 15명의 가톨릭 정식대표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서 각 분야에서 사실상의 참여를 하고 있다. 그리고 WCC 제3차 총회에서 동방교회가 대거 참여함으로써 WCC의 내부 양상이 크게 변화되었던 사실로 보아 앞으로 가톨릭의 가입이 예상되는 경우에 WCC의 양상의 커다란 변화가 예측되는 것이다.
교회일치운동은 요한 23세 교황이 제창한대로 지금 당장 어떤 성과를 거두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이가 「일치」의 방향으로 행동하고 노력함으로써 그리스도교의 본질인 형제애와 화해의 분위기 즉 「일치」의 분위기를 그리스도 교파간에 마련하자는데 그 뜻이 있다. 그리스도 신자들의 마음의 변화가 그 선결조건이다. 일치교령이 지적하는대로 참된 일치운동은 내적회심(回心) 없이는 있을 수 없다. 새로운 마음 자아포기 너그럽고 겸손한 사랑 등에서만 일치의 소망이 성숙하기 때문이다. 일치의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지만 일치의 성공은 성신의 은혜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우리는 일치에 대한 한국가톨릭신자들의 관심과 운동에 필요한 운동이 절실히 요청된다는 점을 지적해 두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