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각기 자기직분대로 분주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서도 자신이 교회의 일원됨을 알고 감격하며 천주께 감사를 돌리지 않을 수없는 순간 순간들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 주어진 환경이 다르고 언어와 습관이 달라도 문득 찾아드는 순간의 감격과 감사의 마음은 모든 믿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씨일 것이다. 이른 아침 언제나 그곳에서 밝은 빛을 던져주는 태양을 볼 수 있고 각각으로 모양을 달리하면서 밤하늘에 명멸하는 천체들의 신비를 나날이 경험할 수 있음도 세상에 삶을 누리는 큰 영광이며 매일 변함없이 잠자리에서 눈을 떠 새 하루의 역사를 창조하여 갈수 있다는 사실은 차라리 경이적 체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서양미술사를 다루면서 자신이 가톨릭교회의 일원임을 다시없는 영광으로 여기며 해마다 새로와지는 큰 감격을 체험한다. 서양미술의 경우에 한 한것도 아니겠지만 유독 찬란한 서구문화의 조형적 위업이라 할 건축 조각 회화공예의 대표적 유산이 모두 서구 정신사의 큰 바탕을 이룬 그리스도교의 구체적 시각적 표현체인만큼 그리스도교와 교회,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해서 가톨리시즘에 관한 이해 없이는 결코 서양미술 또는 문화의 진수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없다. 이 점은 불교나 유교의 종교적 체험과 사상적 이해없이 한국미술 내지는 동양미술의 특수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말과 비교된다. 많은 여행자들의 여행담 혹은 여행기에서 필자는 만일 저 여행자가 가톨릭교인 아니면 최소한 그리스도교인일경우 그의 유럽여행이 얼마나 더 감격적이며 새로운 발견과·경이적 체험이 많았을까하는 아쉬운 여운을 가지게 된다. 「빠리」의 노틀·담성당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대성당 등 고금을 통한 위대한 교회 건축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근세에로 통하는 「르네상스」전후의 대표적 회화조각 작품들이 모두 그 표현의 정신적 바탕을 그리스도교에 두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서양미술의 역사적변모를 살펴가는 생활 속에서 교인의 체험으로 생생한 이해를 날마다 더하여가며 교회의 일원임을 이렇게 감사드리고 있다.
유근준(서울美大敎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