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여러 도시에는 WORLD COUNCIL이나 INTERNA TIONAL FRIENDSHIP COMMITTEE 등의 이름을 가진 단체가 있다. 이런 단체는 그 도시의 각계각층의 유력인사가 역원(役員)이 되고 그밖에 수십명 또는 수백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외국으로부터의 방문객을 접대하고 안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지원단체다. 지난번 필자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뉴욕」 「쉬카고」 「로스안젤스」 등에서는 반드시 이런 단체의 신세를 졌다. 국무성에서 필자에 관한 소개를 상세하게적은 인쇄물을 이런 단체에 미리 전달한다. 그러면 그 단체본부에서는 이것을 복사해서 회원들에게 전달하고 이것을 받은 회원이 관심을 가진 사람을 손님으로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회보(回報)하면 APPOINTMENT가 성립된다. 「쉬카고」에서 필자는 한국을 방문한 일이있는 어느 부유한 건축설계가의 초청을 받아서 그의 사무실을 찾은 뒤 일류 레스또랑에서 저녁을 대접받았다. 거기서 들은 얘기하나를 소개한다.
한국에서 국회의원 3명이 「쉬카고」에 왔다는 연락을 받고 자기가 식사에 초대하기로 하고 그분들도 응했다. 그래서 자기 집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저녁때 전화가 와서 오늘 저녁 먹을 장소가 어디냐고 문기에 나의 집이라고 대답했더니 그렇다면 저녁 약속을 취소하겠다는 것이었다. 놀라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피로해서」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나이트클럽 같으면 가겠다고 말했다. 결국 나이트클럽행은 이룩되지 않았지만 이 「쉬카고」의 신사는 매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필자도 얼굴이 뜨거웠다. 남의 친절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큰 실례인데 유흥이 목적이었다는 내심까지 드러냈으니 말이다. 대하는 사람은 아무런 현실적 이득을 바라지 않고 회화와 의견교환을 통하여 상호간의 이해를 돕고 견식을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식사 자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집에서 저녁을 같이하는 것은 싫고 나이트클럽에서 술이나 마시는 것을 원한다면 자기의 비용으로 하면 될 것이다. 그 국회의원들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몰상식하기 짝이없는 사람들이며 民間외교에 오점을 남기고 온 것이다.
金圭煥(서울大新聞大學院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