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듯 己酉의 한해도 저물어 「크리스마스」도 눈앞에 다가왔다. 거리에는 벌써 「크리스마스」 카드와 새해 달력들이 즐비하게 전시되고 전축가게에서는 「징글·벨」 소리마저 차츰 요란해가고 있다. 主님의 강생을 축복하고 온 백성들이 사랑의 복음을 다시금 되새기는 거룩한 날 「크리스마스」 …또 다시 그날을 맞으며 이렇게 붓을 드니 여러 가지 감회가 내 뇌리를 스쳐간다. 몇일전 나는 강원도 原州에를 다녀왔다. 중앙선 열차를 이용했는데(?) 우선 기찻간에 들어서면서부터 살풍경(?)이다. 명색이 2등칸이요, 준급행이어서 좌석지정까지 받았는데도 좌석표지 하나 없다. 먼지가 물씬 나는 아무자리에 앉아 얼마쯤 가노라니 난방이 안돼있어 오들오들 몸이 떨려오는가 하면 차창의 햇빛이 눈부셔 차양을 드리우려하나 그것마저 한군데로 남아있는 차창이 없다. 묻지 않아도 이건 어느 누군가가 몇푼의 돈이 탐이 나서 모조리 떼어다팔아먹었음이 분명하다. 역원의 불친절한 태도나 승객의 거칠은 말씨 등등 오랫만의 여행길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나 보는 것마다 새삼 세정의 각박함을 피부로 느껴야만 했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서글픔도 主日인 다음날 그곳 H동성당에가 「미사」에 참여했을 때 소르르 사라지고 마음이 훈훈함을 느낄 수 있어 한없이 즐거웠다. 처음 가보는 객지에서 군무에 종사하는 큰 애와 나 그리고 내 처의 세사람은 그곳에서 낯설은 이국 신부님으로부터 크나큰 마음의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그 신부님은 「미사」가 끝난 후 서울에서 이곳까지 큰아이 면회를 왔던 길이라는 내 말을 들으시더니 따뜻한 미소로 우리 세사람을 맞아 여러모로 격려까지 해주시고 『감사합니다』란 말을 두세번 되풀이하셨다.
그 인자하고 따뜻한 말씨와 표정에 곁에 있던 미지의 교우들까지 우리에게 미소를 보내주었을 때 우리는 한없는 행복감마저 느끼었다.
각박한 세정과는 달리 이렇듯 사랑의 훈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우리의 교회임을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더욱 우리는 다같이 신심을 닦아 사랑의 천국이 이 땅에도 하루 속히 실현되도록 힘쓸 것을 다짐해야 겠다.
李柱浩(東洋通信編輯部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