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 대부분의 대학은 이미 휴교하여 사실상 방학에 들어갔거나 조기방학을 했다. 초 · 중등학생들도 남은 한주일이 지루한듯 서둘러 방학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이면 누구에게나 기다리는 꿈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잘사는 구미(歐美) 각국에서는 여름방학은 학생들만의 것이 아니다. 집집마다 이동가옥을 끌고 또는 가족을 솔권하여 바다로 혹은 산으로 흩어져 여름의 「바깡스」를 즐기는 것이 그들의 생활양식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그들의 사회보장제도 속에는 그 비용이 마련되어 있어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바깡스」 수당이라는 것이 나온다. 그러니 그런 나라에서의 여름방학은 학생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제마다 가족과 함께 즐기는 계절휴가이다.
그러나 주일(主日)도 쉬지않고 일해야 겨우 살아나갈 수 있는 백성들에게는 너무나 이방적(異邦的)인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의 방학은 아직 학생들만의 것으로 되어있다. 다만 객지에 자녀를 떼어보내 공부시키고 있는 가정에서는 가족이 함께 모여 지날 수 있다는 가족들의 기쁨이 있다. 이동가옥을 타고 바다나 산으로 가지 않아도 그들에 못지 않는 기쁨이 있으니 글너대로 다행한 일이기는 하다.
여름방학에 들어가는 종업식 날이 되면 으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일러 주는 것이 두가지 있었다. 물조심과 음식조심이었다. 결국 육신의 건강에 조심하라는 것이다. 또 그것이 교사가 걱정하는 전부였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사정이 많이 달라져 가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윤리생활을 걱정하게 되었고 그 방지책으로서 여러가지 방법까지 일일이 일러주고 있다. 캠핑, 봉사활동, 계몽활동, 「스타디 위크」 등이다
확실히 요즈음 학생들에게는 방학의 선용이 크게 걱정된다. 그들의 주변사회가 그런 걱정을 안겨주고 있을뿐 아니라 그들중에는 스스로 어딘가 한눈을 팔고 있는 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풍기문제가 해마다 그 혼란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케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저으이로운 의지와 청운의 꿈을 안겨 주어야 한다. 그런 의지와 꿈이 없는 학생은 한눈을 팔기 마련이다.
학교생활은 그 대부분이 획일적인 일과에 쫓겨 사는 생활이다.
그러나 방학이 되면 제마다 스스로 짠 일과에 따라 개별적이며 자유로운 생활을 하게된다.
때로는 긴장을 풀고 마음껏 뛰놀기도 하고 고요한 사색에 잠겨 잠잠히 미지의 세계를 거닐기도 하고, 제 계획에 따른 학습에 몰두하기도 하고, 응분의 봉사활동으로 인생의 빛을 갚기도 하고, 또 때로는 바다로 산으로 대자연의 신비 속에 묻혀 볼만도 하다.
방학은 결코 학생 생활의 휴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생활하는 곳이 바뀌고 그 일과가 바뀌고, 스스로의 선택이 폭넓게 허용되는 다른 하나의 학생생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有爲한 계절을 계획성 있게 선용함에 따라 배움과 삶의 폭이 넓어지고 젊음이 올바르게 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