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이 말씀하시기를 우리나라의 신문은 사회면의 어두운 기사를 너무 즐겨 다루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구두닦이 혹은 피를 빼어 팔아 연명하는 불쌍한 사람들로부터 까닭없이 텃세를 받는 이를테면 벼룩의 간을 내먹는 쪼무래기 불량배들에서 시작하여 시장상인 혹은 영업체를 상대로 돈을 뜯어내고 갖은 행패를 다부려도 피해자들이 후환을 두려워하여 오히려 쉬쉬하게 만드는 위세 등등한 깡패들 국민의 돈을 모두 자기 것으로 착각하시는 지닥치는 대로 떼어먹고 거두어들이고 그러다가 고랑을 차고서도 털끝만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탐관오리 남의 귀여운 재롱둥이를 유괴하여 다가 애끓는 부모로부터 돈은 돈대로 울궈내고 억하심정인지 아이는 산체로 짱구멍에 밟아 묻어버리는 잔인무도한 사람들 약 화장품 술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가짜를 만들어내고 설렁탕에까지 가죽구두 맛을 내게 하며 자기들에게 돈만 생기는 일이라면 남이야 상하든 죽든 아랑곳 하지 않는 얌채족들 일일이 예를 들자면 한이없는 참으로 못된 사람들이 우리사회에서 득실거리고 있다. 얼마전 어느 일간신문에 서기 2천년대에 관한 상상소설들을 다룬 부분이 있었는데 이때가 되면 일층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이 인간의 외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내면 심리까지 거울같이 탐지해 낼 수 있어 사람은 그 생각까지 심한 규제를 받게 되고 반지배 자적인 사고가 벌을 받게 됨은 물론 그 벌로써는 종전과는 달리 그 반지배자적인 생각을 제거해버리고 그 지배자의 노예를 감수하는 두뇌 조직으로 만들어버리는 방법이 씌여질 뿐더러 나아가서는 출생시부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피지배계급은 그 본능까지도 지배를 받는 것을 오히려 기꺼워하도록 만들어버리는 질식할만한 「디스토피아」 시대가 온다고들 우려하고 있었다.
물론 소설에 불과하니 그러한 세상이 꼭 올 것도 아니고 또 와서도 곤란한일이겠지만 다만 한가지 오늘날 우리를 괴롭히는 우리들의 못된 마음까지 깨끗이 닦아낼 수 있는 방법도 마련될 듯한 기대감도 있어 그러한 서기 2천년대에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음직도 해 보인다.
金錫輝(서울地檢檢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