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강론이 없읍니다. 미리 말씀드린 대로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주일강론은 쉽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곧 주일 연보 내는 순서를 시작해 주십시요. 성가 ○○페지!』 잠시 동안 가냘픈 안도의 한숨이 온 성당 안을 흘러가는 듯. 어떤 사람은 반사적으로 왼손을 처들고 시간을 계산한다. 이윽고 성가가 시작되고 그 소리는 한결 우렁차다. 지난주일, 어떤 도시성당의 여름풍경이다. ▲신부님은 강복을 해주고 이어 『아직 미사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요. 지금부터 공시사항 몇가지를 말씀드리겠읍니다.』 어떤 교우는 왼손을 쳐들고 초조히 시간을 계산한다. 『에-. 지금 여러분이 돌아가시면 또 일주일 여러분을 만날 도리가 없읍니다. 한주일은 168시간이올씨다. 168시간이면 「아폴로」 11호가 달세계에 한번 갔다 올수 있는 길고도 지루한 시간이올씨다. 이렇게 길고 지루하게 본당신부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할 말을 다해야 겠읍니다. 좀 지루하시더라도 내 말을 다 듣고 가십시오!』 ▲마침내 공시사항이 쏟아져 나온다. 무슨 회합 무슨 회합에서 시작하여 교무금 징수실적(듣고 보니 부진하다. 교우들이 이래서 되겠느냐!) 첫고해를 하지 않은 아동들이 이외로 많다. 이 무렵 본당신부님의 열기가 상승한다. 듣고 보니 부모들의 무성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신부님의 갚음 없는 인내심은 그런대로 폭발의 위기는 면하는 모양이다. 벌써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교우들이 잠잠한 것을 보니 좀 반성도 하는 모양이다. 『끝으로 지난주일 헌금(헌金)의 내역을 말씀드리겠읍니다.』 죽은 듯 고요하던 교우들이 일제히 얼굴을 쳐든다. 눈에는 생기마져 도는 듯. 역시 관심은 있는 모양이군 『일원짜리가 0백00닢, 5원짜리 십원짜리가 0백00백원은 불과 12매 「토탈」 0만0천00원,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실로 놀랄 일이다. 시중 은행에서도 바닥이 난 그 귀한 일원짜리들이 성당에 다 모여 있었구나!」 신부는 다시 위용을 가다듬어 장엄하게 『미사가 끝납니다!』 교우들이 소리를 높여 『감사합니다』 참말로 감사하는 모양이다. 실감이 난다. 이렇게 해서 어떤 도시 성당의 주일미사는 끝났다. 그런데 강론에도 방학이 있을 수 있겠는가. 강론이 없는 주일미사를 생각할 수 있을까. 168시간 만에 한 시간의 주일미사 그 중에도 10분간의 주님의 말씀. 그 강론이 여름을 타고 추위를 타서야 될 말인가 더구나 「말씀의 전례」가 미사의 핵심이 되어가는 오늘날. 주일강론은 방학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