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때가 되면 졸업반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상급학교로 보내느냐? 마느냐? 보낸다면 무슨 계통으로 또 어느 학교로 보내느냐? 하는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앓게 된다.
문교부 조사에 의한 지난해 전국 평균 진학률을 보면 국민학교에서 중학교 진학이 전 졸업생이 四三.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이 七○%,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이 三○%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도시학교에 있어서는 이 평균진학률보다 월등히 높은 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학 대학 진학률에 있어서는 이렇게 국민경제가 핍박(逼迫)하면서도 구라파보다 높다고 한다. 구라파 선진국에 있어서의 인구 대 대학생 수의 비율(比率)을 보면 영국이 五%, 프랑스가 四%, 서독이 四%, 한국이 六%라고 한다. 더구나 지금부터 一○년전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七四%나 되었다는 사실에 비하면 그 이유는 논외로 하고 근년에 와서 현저히 저하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선진국에서와 같이 가정과 사회가 맡은 교육의 비중이 크고 특히 공장이나 다른 직장에 부설된 직업교육기관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지적(知的)교육은 송두리채로 학교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사회악(社會惡)이 범람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일정한 직업없이 자녀들을 거리에 풀어 놓는다는 것은 극히 조심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가족이 굶고 빚에 졸려가면서도 아무런 장래계획도 없이 덮어놓고 자녀를 상급학교로 보내는 부형들의 생각은 마치 학교를 사회악에 대한 안전지대나 피난처(避難處)로 알며 학교에 내는 공납금을 자녀의 구제비(救濟費)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오늘의 학교사회가 사회악에 대한 안전지대라고 볼 수 있을까? 보편적(普遍的)인 도의의식과 교육철학을 갖지 못하고 있는 이나라에 있어서 학교는 과연 사회악을 어떻게 규정지우고 있으며 무엇이 인간의 도의(道義)라고 가르치고 있을까? 혹자는 유교사상에서, 불교사상에서, 그리스도교사상에서 제각기의 도의를 가르친 것이오 또 혹자는 공리주의사상에서 향락주의사상에서 공산주의사상에서 도의를 부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구나 종교관에 있어서는 종교를 하나의 미신이나 약자(弱者)의 아부(阿附)에 불과하니 배격하라고 외치는 교사도 있을 것이오 신앙을 하나의 광증(狂症)이라고 가르치는 교사도 있을 것이오 또 어떤 학교에서는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과 같이 인간은 영혼과 육신으로 창조되어 있을뿐 아니라 영혼을 위한 신앙이 육신을 위한 음식보다 더 존귀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므로 자녀를 가진 부모는 어느 학교에나 보내면 사회악에서 구원된다는 무책임한 생각을 가져서는 아니될 뿐 아니라 학교는 피난처가 아니고 가장 중요한 발육과정에 있는 청소년을 인간완성의 길로 교도(敎導)하는 중대한 사명을 띤 기관이어야 한다는 것을 깊이 명심하고 그 선택에 세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