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惡畵) 「비트·걸」이란 외국영화를 「젊은 肉體」라는 표제로 바꾸어 서울 및 지방의 일류극장에서 상영중 일반신자들의 비난과 투서소동이 일어나자 문교부 및 치안국이 재심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으로 「영화윤리 전국위원회」는 이 영화가 ①난행으로 일관되어 청소년에 미치는 악영향이 지대하다는 점 ②十六세의 소녀가 신성한 가정에서 난행물에 직업적 「스트리퍼」가 되려는 단계에 이른다는 점 ③청소년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불온한 언사를 함부로 하고 있는 점 ④이 영화는 혁명을 수행한 학생들에게 패배적이고 퇴폐적인 정신을 풀어줄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문교부에 항의한데 대하여 문교부는 동 영화는 위험한 곳을 충분히 「컽」했고 형법상 저촉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행정상의 책임만이라도 회피하기에 급급하고 있는 상 싶다.
헌데 이번 이 영화에 대한 비윤리성을 지적코 들고 나선 것은 결코 위정자나 영화윤를 심사한다는 단체가 아니라 일반신자 층이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따윗 것이 우리사회에서 상영되었다가는 좋은 풍속과 아름다운 마음가짐을 말짱 뒤집어 놓고 드디어는 우리의 자랑할 만한 것(전통정신)을 돈 주고 팔아먹고 말겠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아직 우리네 사회 안에는 이만한 양식과 양심이 굳건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이상(理想)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어떤 미끄러진 형상에 대하여 그래서는 안되겠다. 반드시 이러해야만 되겠다고 하는 그것이 바로 양심이요. 이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같은 민중의 양식과 이상과는 달리 고작해야 사법부를 거쳐 형법의 저촉 여부를 공언(公言)하고 있는 문교부의 태도란 일 사인(私人)만도 책임감이 없다.
여기 만일 살인주(殺人酒)가 시장에 출현했다면 관계당국은 마땅히 어떻게 해야만 하겠는가. 그런 현품을 즉각 압수함과 동시에 한시 바삐 그런 악덕상인 배를 샅샅이 잡을게 아닌가. 진정 이 나라의 미풍양속을 지키고 청소년들의 정신을 올바르게 또 건전하게 길러주고저 하진데 어찌 그런 퇴폐적인 흥행물을 형법상 저촉됨이 없는 정도에서 퍼뜨려 놓으려고 한단 말인가.
「비트·걸」의 줄거리가 어떻게 된 것인지. 또 어떤 장면을 내놓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그것이 영화로서 평가의 대상조차 못되는 허잘 것 없는 것임엔 틀림없다. 아마 재작지인 영국 변두리극장을 돌았거나 비밀장소에서 굴러다니다가 헐값으로 한국 상인의 손에 들어와 이곳서는 일류극장의 무대 「스크린」을 더럽힌 모양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또 있을 수 있다. 겨우 형법상 저촉 운운하는 「바리서이」 같은 문교책임자나 살인주(殺人酒)를 팔듯하는 영화수입업자에 그 수준의 극장 경영자가 있는 한 그 영화는 꼬리를 물고 한국을 찾아들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악화 「비트·걸」이 모델 「케이스」도 아무것도 아니다. 몇 해 전 미국영화 「프랑스航路」란 것이 아무 물의 없이 한국에서 상영됐지만 이 영화는 미국 대심원까지 제조됐던 것이고 가톨릭에서는 만약 신자로서 이 영화를 보면 대죄가 된다는 「금 영화」의 낙인을 붙인 것이었었다.
이런 종류의 것이 구미(歐美)에서 들어온다고 해서 그곳은 그런 영화만 제작되고 또 보고 있는 줄 오인(誤認)치 말 것이다. 자신있게 말하거니와 관중의 눈가림으로 문학의 빈곤, 예술성(藝術性)을 「캄푸라쥬」하려는 그런 영화가 겨우 변두리 극장을 굴러다니고 있을 뿐 반듯한 극장에선 얼신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네들은 극장과 무대를 신성시할 만큼 자기나라의 문화수준을 관장하는 곳으로 여기고 있다. 사실 그들은 무대를 통해서 제문화와 생활방식마저 방향을 잡아가고 있고 거기 국민적 「프라이드」를 달아 놓고 있는 것이다.
남의 것이야 어떻든 우리 실정은 무작정하고 흥행본위로 또 값싼 것으로만 골라야만 장사가 되는 듯하고 위정자마저 四·一九이전과도 다름없이 업자의 비위만 맞추고 있는 듯이 알려지고 있으니 영화를 보기 전에 또 보는 도중 그 내용이나 장면에 있어서 우리의 양심과 계명상의 「선」 「악」 두 갈래의 식별을 분명히 할 것이며 교회에서 제시하는 영화윤리 구분표를 더욱 신뢰하여 그르침이 없어야 하겠다.
그리하여 우리는 한 장의 입장권을 살 때 마치 그 영화에 대한 「선」 「악」의 투표를 하듯 영리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