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三월 十八일을 전후해서 二十二명의 가톨릭대학 출신 부제들이 제각기 소속교구에서 본주교의 집전으로 사제(司祭) 위에 서품(叙品) 된다.
해마다 이때를 기해 각 교구에서는 몇 명의 본방인 사제의 탄생을 맞이하게 되어 직접 서품자와 그 가족의 경사인 것은 더 말할 것 없고 온 교구 안이 축복에 감싸이듯 하며 서품식이 끝난 성당들에는 새 신부의 첫 강복을 먼저 받으려고 남녀교우들이 앞을 다투고 하는 감격의 장면을 자아내기도 한다.
대체로 교우들이 성직자 앞에 대하는 몸과 마음가짐은 그가 진실한 교우일쑤록 참으로 우러나는 정성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으니 아무리 얕은 정도의 교리지식밖에 갖추지 못한 이라 할지라도 오직 성직자(사제)로서만 우리에게 요긴한 천주님의 성총이 전달될 수 있음을 익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교회만 위로부터의 지도에 아무런 이해(理解) 마저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할 줄 아는 그런 무리(群衆)의 집단이 아니고 교회는 가장 이상적(理想的)인 조직을 성취(成就)하고 있는 자인 것이다. 『대지 우리는 한몸의 많은 지체가 있으되 모든 지체가 같은 기능(機能)을 가지지 아니하는 것과 같이 우리 모든 이는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을 이루니 각각 서로 지체가 되나니라』(로오마서 十二 - 四 以下 한거와 같이 우리는 많은 가지(肢)로 이루어진 풍성한 일대 유기체(有機體)라고 할 수 있으며 각가지는 제각기 임무와 기능을 가지고 또한 적절한 방법으로 전체(敎會)에 대한 책임을 걸머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성서상의 근거에서 전체로서의 교회 안에 있어서의 사제의 위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사제직은 뒤집어서 말하면 사제의 권능(權能)이라 하겠으니 사제의 권능을 가진자는 신자들 사이에서 미사성제를 집행함으로 여기 참여하는 신자들이 가장 완전한 길로 천주께 영적인 희생을 드리면서 사제와 일치하고 또 거룩해질 수 있는 것이다.
평신자가 이같은 방법으로 사제와 하나이 됨으로써 각가지(肢)는 항상 새로히 결합될 수 있고 사제로서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사제(司祭)인 그리스도의 『나 만일 땅에로 조차 높이 달리며 모든 것을 다 내게로 끌어 인도하리라』하신 말씀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사제의 의의(意義)와 본질을 생각해 볼 때 사제 없이 가지(肢)된 그 어느 부분도 살 수 없음은 너무나 명백하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사제를 또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앙케트」를 빌려 일반 평신자들에게 새 신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설문(說問)을 내걸어보았다. 그 가장 많은 요청의 하나는 새 신부들이 모두 청년들인 만큼 첫째 건강해 주십사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난날 젊으신 신부들 ____레 과도한 책임을 맡고 골몰한 끝에 건강을 잃는 일이 너무나 많았음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젊음과 열성만이 앞서 극히 상식적인 건강법을 소홀히 하는 수가 허다했음을 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달리 생각해보면 건강상의 이유가 자연히 젊은 기장을 앗아가게 되어 참 청년 그리스도를 대하듯 즐겨 날뛰는 젊은 측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수도 없지 않은 듯하다. 지도자가 된 분이 젊고 건강하며 씩씩하다는 것이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더욱 믿음직한 기대는 살 수 있을 지언정 재래의 인습으로 혹은 곡해해 온 「長幼有序」에 지나친 구속을 받을 것은 없을 줄 안다. 오히려 젊었기 때문에 몸으로써 젊은이들 속에 파고들 수 있을 것이며, 나날이 퇴폐일로에 젖어들고 있는 청년들의 갈길을 바로 잡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길로 젊은 세대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청년 사제들이 아니고서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성직자의 보다 적극적인 사회참여(社會參與)를 바랄 수 없을 것이다.
성직자의 보다 행동적인 사회참여야말로 세계적인 요구일 것이며 더구나 한국과 같이 평신자의 사회적 지위나 교리정도가 보잘것 없는 나라에서는 절실이 요구되는 것이라 하겠다.
그리하여 전교의 대상을 넓히고 좀 더 폭넓은 위치에 서달라는 것이 대체로 전기한 「앙케트」의 대답이었던 것이다. 오랜 수업과 학업을 담은 연후에 사제성직에 오르시는 각 위에게 최대의 경의를 올리오며 교회 안에서의 영원한 사제요. 동시에 한국이라는 제한된 사회 앞에서도 높은 지도적 위치에 서게된 감격을 언제까지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