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나를 구하소서. 이 내영혼을 네손에 맡기나이다.』 벗들이 손을 잡고 애타게 읽는 임종경을 들으며, 본사 총무국장, 일지(一旨) <벨라도> (金龍泰)의 영혼이 육신을 떠나 영원한 세계로 갔다.
一九六一년 一월 十四일 하오 四시 二十七분, 억만년 가마득한 옛날에 천주님, 미리 알으시고 기다리신 그 시간, 일초도 지채없이.
▲ 『오소서, 천주의 성인들이여 마주 오소서 주의 천신들이여 저의 영혼을 거두사 지극히 높으신 주 대전에 바치소서. 주여 망자에게 기리 평안함을 주소서.』
四十八년간 간직했던 영혼, 웃음과 울음 속에 영혼과 육신이 항상 의론하여, 주의 길을 닦아오다가 영혼을 한걸음 앞에 보내고, 안심한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숨을 죽여 심판과 그 결과에 귀를 기울이는 고인(故人), 새소리 하나 들을 수 없는 고요함, 잔잔히 흐르는 물을 보내듯, 눈물하나 나지 않는 엄숙한 시간. 미사에 참예하고 나오듯 복된 심경으로 돌아오던 벗들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앞을 가리웠다.
▲감천리(甘泉里) 십리를 일지(一旨)의 영구를 앞세우며 묵묵히 걷던 벗들이, 낙동강 강바람이 휘몰아칠때 『이소견 없는 친구가 하필이면 엄동설한에 가단말가』 입에는 넉두리오 마음은 『아아 일지의 짧은 평생이 엄동설한이었으니.』 한 겨울에도 그처럼 맑게 피던 꽃, 이제 지하삼척(地下三尺) 꽁꽁 얼은 땅을 파서 고이 냉동해두었다가 영화로운 부활때, 우리 다시 보리라.
▲일지(一旨)는 본사 동지들의 소금이오 빛이었다. 평생을 주님의 사업과 이웃을 위하여 자기 몸을 바쳤다. 화려한일 즐거운일 다 벗들에게 물려 주고 숨은 일, 궂은 일, 뒤에서 혼자 맡아 그만은 일 말없이 해주더니, 이제 또 말없이 누었구나.
▲죽는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죽느냐가 문제다. 언제 부르실지 모르는 그 순간, 주님이 부르실 때 홀연이 갈 수 있는 준비가 문제다. 예고 없는 부르심에 즉 응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 이것 때문에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냉정히 돌아가겠다.』 『예복을 갖추고, 가슴에는 훈장을 차고 가야하겠는데, 가난해서…』 『죽은뒤에 소리내어 울지말라.』 이것이 일지가 미소 가운데 겸손되이 남긴 유언의 전부다. (石海濟主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