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성 <바오로> 종도의 「로오마」 도착 一천九백주년이 되는 해로서 위대한 『이방인(異邦人)의 사도(使徒)』를 추모하는 다채로운 각종의 기념행사가 「로오마」에서 거행될 예정인바 특히 이 행사들은 一월 二十五일 즉 『성 바오로 귀화(歸化) 첨례』로부터 시작되어 六월 三十일(성 바오로 종도 기념일)에 걸쳐 거행될 것이라 한다.
그리스도교회사(敎會史)에 있어서 성 <바오로>가 차지한 위치(位置)가 얼마나 위대하고 중요한 역할(役割)을 했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리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성주(聖主)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종도(宗徒)들을 몸소 가르치시고 최후의 만찬에서는 저들을 신약(新約)의 사제(司祭)로 서품하셨으며 당신이 부활하신 후 저들에게 다시 나타나 뵈실때에는 『가서 만민(萬民)을 가르치고 복음을 전하라』고 분부하셨지만 당시의 종도들이나 「유데아」인 신자들은 천상왕국(王國)에 대해서도 민족적 국가주의(民族的 國家主義)적인 편견을 완전히 씻어버리지 못하고 어떤자는 아직도 그리스도께서 그들의 민족왕국(民族王國)의 재건(再建)을 해주실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유데아」인 그리스도 신자들의 민족주의 정신의 뿌리깊은 저항(抵抗)을 부노새할 대사업을 인수(引受)하여 모든 인류를 <그리스도>께로 이끌어 드리기 위해 「유데아교」의 율법(律法)에서 그리스도교를 해방(解放)하려고 한평생을 바친 이는 바로 성 <바오로>이시다.
성 <바오로> 종도는 순수한 「유데아」 사람의 혈통을 받은 이었지만 그리스도교를 「유데아」의 땅에만 고착(固着)시켜 절식시키려던 속박(束縛)에서 그리스도교를 개방하였던 것이며, 그리스도교를 당시의 세계문화조류(文化潮流)의 중심세력이었던 「그레시아」와 「로오마」의 세계문화(世界文化)와 「로오마」의 세계제국(世界帝國) 역사무대에 올리고, 이세계에다 그리스도교를 심은이었던 것이다.
강생후 三十三년에서 六十七년 사이에 일어난 교회상태의 눈부신 변화에는 실로 성 <바오로>의 힘이 컸던 것이니 어떠한 사람의 힘과 지략(智略)에 비추어 보드라도 그것은 거대(巨大)한 일이었지만 그러나 그 노력이 적은 체구 허약한 신체로부터 짜내어졌으며 그 힘찬 일이 도처에서 거짓형제들의 방해에 부닥치면서도 추진되어 움직일 수 없는 것으로된 사실을 볼 때 경탄(驚嘆)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아시아 「치리치아」에 있는 그레시아 도시(都市) 「타르소」에서 「로오마」 신민권(臣民權)을 가진 「유데아」인을 양친으로 <그리스도> 강생 후 二년경에 탄생한 <바오로>는 그의 「유데아」인으로서의 이름은 <사오로>(요구되는 자라는 뜻)였지만 「로오마」 신민이기도 하였으므로 <바오로>라는 「로오마」인으로서의 이름도 가졌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유데아」의 종교와 율법을 지키고 그 정신을 아들에게도 고취하여 그를 「예루살렘」으로 보내어 이름높은 석학(碩學) <가마리엘>의 지도아래 「바리세이」 학자가 될 훈련을 받게 하였으므로 <사오로>는 선조(先祖)의 율법에 광신(狂信的)적으로 열중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리스도 신자를 투옥(投獄)하고 고문(拷問)하려고 「다마스코」로 달려가던 중 『별안간에 하늘로조차 발하여진 빛』에 의하여 기적(畸蹟)적인 개종(改宗)을 함으로써 맹열한 교회박해자(迫害者)는 교회의 특별한 수호자(守護者)로 불리움을 받은 것이다.
귀화(歸化)한 <바오로>는 「다마스코」에서 <아나니아>에게 성세를 받고 「아라비아」로 가서 三년동안 광야에서 그의 사도직(使徒職)에 필요한 내적 준비를 한다음 「예루살렘」을 잠간 방문하여 <베드루>를 비롯한 종도를 앞에 그의 자태를 나타내었을 때는 이미 그의 사도직이 공인(公認)되고 확정(確定)되었다.
성 <바오로>의 생애(生涯)를 요약해보면 그는 「유데아」인으로서 「로오마」인이요, 「그레시아」인이었다. 그의 출생과 교육과 체험(體驗)은 각각 초기(初期) 그리스도교에 대결(對決)하고 있던 三대 문화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니, 이러한 소지(素地)가 있으므로 해서 이 三대문화의 모든 것에 승리(勝利)를 거둘 수 있도록 그리스도교를 이끌어왔으며 적어도 그 궁극의 대승리에의 길을 터놓은 것으로서 성 <바오로>의 이 눈부신 위대한 업적이 그후의 교회사(敎會史)의 모든 방향을 결정한 것이었다.
『다른 영혼들을 정복하려는 영혼은 바다(大洋)보다 더 크고 넓어야 하며 세상을 회두(回頭)시키려는 영혼은 세상보다 더 위대하여야 한다』는 말씀과 같이 성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이름과 신덕으로써 세상을 채우려는 불타는 열망의 불길을 놓은이었고 그는 모든 사람을 얻기 위하여 『모든 점에 있어 자유로운 자로되 (그리스도를 위하여서) 보다 더 많은 이를 구하기 위하여 모든 이의 종』(코린도전서 九장十九)이 되셨으며 그는 정진정명(正眞正銘)의 『가톨릭』이었고 그리스도교의 근본원리(根本原理) 『봉사(奉仕)하는 것』 『성지(聖旨)를 준행하는 것』의 좋은 본을 뵈여주셨던 것이다.
사형(死刑) 집행자의 칼이 그의 굴치않는 영혼을 천주께 돌려보낼때까지 끈기있게 일하셨고 그 생전에 생명을 가지던 그의 十四편의 서간(書簡)은 오늘날 신약성서(新約聖書) 가운데 포함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증명하는 중요한 문헌(文獻)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학(神學)의 바탕으로서 그의 사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성 <바오로>의 활동은 다른 종도들의 그것보다 훨씬 뛰어날만큼 크며 가톨릭교회는 기구할때 항상 <바오로>가 얻은 공로에 당연히 따라갈 존경의 표시인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바오로>와 같은 위대한 정력(精力)과 의지(意志)의 사도를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가 <사오로>에게서 배울 것은 천주의 말씀을 듣고 즉시 모든 과거를 청산하고 새 사람이 된 겸손이다. 우리도 성총의 초청을 마음에 깨달을 때 즉각 이에 따르며 결심한 바를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