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별양동본당 신앙대학에서 신자들에게 교부학 강의를 하고 있는 이성효 주교.
■ 아우구스티누스를 꿈꾸다
‘사제’와의 인연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3남2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이성효 주교는 어머니를 따라 대구에서 형제 중 가장 먼저 세례를 받았다. 형 이경효(다니엘)씨는 “하느님에 대한 소명이 있어서인지 세례도 먼저 받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이 깊고 남달랐다”고 말한다.
동생의 모범적 모습은 형제 또한 감화시켰다. 학창시절 성당에서 학생회를 운영하는 등 열성적인 동생의 모습을 보고 형 이경효 씨가 고등학교 졸업 후 세례를 받은 것이다. 가족의 전교에 어머니와 이성효 주교는 질 좋은 ‘밑거름’이 됐다.
이성효 주교가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아우구스티누스. 초대교회의 대표 교부인 그를 이성효 주교는 꼭 닮았다. 형 이경효씨는 동생이 어렸을 때부터 ‘학자’였다고 말했다.
“제가 직장인이고 동생이 대학생일 때, 시청각통신성서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당시 답안을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지요. 나는 교과서 내에 있는 것으로 답을 적는데, 동생은 하나의 답을 적을 때마다 성경은 기본이고, 관련서적을 옆에 쌓아두고 답을 작성하고 있었어요.”
이성효 주교의 공부하는 방식이다. 폭 넓고 깊게 공부하는 학자로서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영특했던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신학교에 가고 싶다는 뜻을 형제들에게 밝혔다. 하지만 형제들은 모두 반대했다. 당시 비신자였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성효 주교가 성당에 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형제들이 생각했을 때, 촉망받던 동생이 신학교에 진학한다고 하면 분란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형제들은 동생을 달랬고, 동생은 일반대학에서 전자공학도의 길을 걷게 됐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의공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여러 제약회사의 러브콜도 쏟아졌다. 사회에 나갈 길이 마련돼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은 다시 그를 불러 세웠다.
■ 아우구스티누스를 닮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1년 전인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울 여의도에 왔다. 형은 동생이 당시 확고한 부르심에 큰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한다. 다시 신학교에 입학하겠다고 부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버님이 많이 화가 나셨어요. 제일 똑똑한 자식인데, 앞길이 다 열려있는데 신학교에 가겠다고 하니 받아들이시기 어려웠겠지요. 하지만 굴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밝혀 결국 아버님의 반승낙, 반포기를 얻어내셨어요.”
어떠한 것도 이성효 주교의 의지를 막을 수 없었다. 흔들리지 않고 견고히 소명을 수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수원가톨릭대학교에 입학한 후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 자신이 존경하는 아우구스티누스를 닮은 삶이 시작됐다. 독일 트리어 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교부학 석사과정을 마친 것이다.
“주교님 성격 자체가 아무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성격이에요. 독일에서는 동네 꼬마들과 함께 축구를 하며 언어를 빨리 접했지요. 프랑스에서는 할머니들과 살갑게 지내 할머니들의 인기를 얻었어요. 항상 ‘먼저’ 다가갔고, 유머감각도 뛰어났어요.”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학교에서는 교부학 박사를 전공했다. 이성효 주교는 ‘아우구스티누스’처럼 늘 공부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학자이면서도 신자들과 벗하며 친근하게 지내는 삶도 잊지 않았다.
2001년 오산본당 신자들은 이성효 주교를 ‘환하게 웃는 눈’ ‘따뜻한 손’ ‘밝은 목소리’ ‘마음을 담은 인사’의 모습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주교는 신자들이 “사제들의 작은 행동과 말을 후하게 평가해 주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성효 주교의 아우구스티누스 사랑은 계속된다. 그가 번역한 책도 모두 아우구스티누스에 관한 것들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앙과 신경」 「아우구스티누스 인내론」 「아우구스티누스 입문자 교리교육」 등이다. 2009년에는 「바오로 서간, 아우구스티누스의 이단반박의 신학적 근거」 「통시적 관점에서의 아우구스티누스의 인간 이해」 「아우구스티누스의 관상에 대한 이해」 등 많은 논문을 썼다.
■ 이성효 주교는?
▲ 약력
1957년 7월 6일 경남 진주 출생
1976년 2월 수원 고등학교 졸업
1980년 2월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1983~1985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전자공학 석사
1985~1987년 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부 졸업
1987년 8월~1992년 2월 독일 트리어 대학교 신학대학원 교부학 석사
1992년 4월 9일 사제수품
1992년 4월~1993년 1월 수원교구 호계동본당 보좌신부
1993년 4월~2000년 6월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학교 교부학 박사
2001년 1월~2003년 9월 수원교구 오산본당 주임 신부
2001년 3월~2003년 6월 수원가톨릭대학교 강사
2003년 9월~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2004년 12월~2006년 5월 수원가톨릭대학교 사목부장 겸 영성관장
2006년 5월~2008년 12월 수원가톨릭대학교 교무처장
2006년 5월~2006년 12월 수원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2006년 12월~2010년 7월 수원가톨릭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장
2008년 6월~2010년 9월 한국가톨릭신학학회 편집위원장
2008년 12월~2010년 7월 수원가톨릭대학교 이성과신앙연구소장
2010년 9월~현재 안식년
2011년 2월 7일 수원교구 보좌주교 임명
▲ 저서
역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신앙과 신경」(2008)
역서 「(아우구스티누스) 인내론」(2006)
편서 「(아우구스티누스) 입문자 교리교육」(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