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태 9,22)
예수는 아픈 이들을 치유하고 나면 자주 이 말을 했다. 치유는 원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세상을 뒤덮은 힐링 열풍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치유를 원하고 있을까? 과연 예수의 말처럼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믿음’은 있는 걸까?
매스미디어와 최첨단 전자기기가 발달할수록 세상은 시각적 자극에 민감하다. 부활한 예수를 직접 만나보고서야 믿었던 토마스(요한 20,24-29)처럼 눈앞의 결과만을 좇는 것이 현대인들이다. 자연히 ‘힐링’에 대해서도 가시적인 결과물을 원한다. 힐링을 주제로 한 책을 읽고,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사람들로부터 동떨어진 외딴 곳을 찾아간다. 그리곤 치유가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버젓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항상 보물은 근처에 있는 법이다. 2000년의 역사로 이미 검증된 ‘교회 공동체’가 답을 제시할 수 있다. 교회에는 다양한 영성과 기도 방법이 있다. 프란치스코 성인, 힐데가르트 성녀,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을 비롯해 고해성사, 성체조배, 성령쇄신 등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다양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신앙의 핵심은 ‘내적성찰’, ‘머무름’이다. 스스로에게 머물지 않고, 돌보지 않는다면 ‘치유’도 불가능한 얘기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는 복음도 같은 맥락이다.
복잡다단하고 유혹이 많은 세상에서 자신 안에 머물고 성찰하는 일은 사실 쉽지 않다. 때문에 사람들은 교회를 찾는다. 사람들이 ‘구원’이 아니라 그저 ‘마음의 평화와 안정’만을 위해서 교회를 찾는다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성프란치스코 CPE센터장 박재한 신부는 “힐링이 대세인 이유는 이 시대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가는 시대임을 알려주는 지표”라며 “신자들이 먼저 변화되기를 바라기 이전에 교회 스스로가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통 받고 아픈 사람들을 감싸 안는 것은 교회 고유의 역할이기도 하다. 자신의 나약함을 직면하고 수용하면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 역시 교회다. 여기서 교회의 미래 비전을 찾을 수 있다. 교회 내 전문가는 “힐링도 경험한 사람이 할 수 있다”면서 “힐링의 맛보기 체험공간은 다양한 영성적 보물을 갖고 있는 교회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픔과 고통 또한 우리 자신이다. 이를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보듬어 줄 때 진정한 ‘힐링’이 온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