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에서 시작한 60년만의 가뭄은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갔다. 가뭄은 식수난을 이끌었고, 물 부족은 작황의 실패로 이어졌다.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사람들은 굶주렸고 난민들이 생겨났다. 아이들은 죽어가고 아프리카는 검은 대륙이 됐다.
서구열강의 오랜 식민 지배는 제 멋대로 그어진 국경선 안에 부족 간 다툼을 부추겼고, 종교와 이념, 채굴권 등 다양한 이유가 분쟁의 원인으로 추가되며 학살이 이뤄졌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불신이 자리하고, 검은 대륙은 척박한 땅이 됐다.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빈부 격차는 커지고,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환경이 좋은 나라들에는 ‘도시빈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빈곤계층이 생겨났다. 하루 한 끼뿐인 식사와 교육 기회의 박탈,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죽어가는 이들. 척박한 땅은 죽음의 땅이 됐다.
오늘날 아프리카는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흔히 ‘매체’를 통해 마주하는 아프리카는 배고픈 흑인들이 살고 있는 가장 가난한 대륙일 뿐이다. 한국사회에서 사는 것조차 팍팍한데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를 도울 이유가 없고, 해외원조주일에 봉헌하는 2차 헌금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아프리카에 대한 이 같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이해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사랑과 연대를 외면하게 한다. 교부들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그대가 죽이는 것’이라는 엄중한 말을 던졌다. 사목헌장 69항은 이 말을 상기해 ‘각자의 능력대로 자기 재화를 나눠주고, 개인이나 민족이 스스로 돕고 발전할 수 있도록 원조해야 한다’고 외친다.
오래 전 교부들이 남긴 엄중한 경고는, 오늘날 우리의 무관심이 먼 대륙 아프리카의 한 소녀를 죽일 수도 있다는 의미와 같다.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4년여 간 사목하고 돌아온 수원교구 한만삼 신부는 본지 수원교구판 ‘수단에서 온 편지’를 통해 서구 열강들에 의해 조각나고 쪼개진 아프리카를 이야기하며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아프리카는 항상 덥고, 물이 없으며, 사람들은 굶주리고, 열대과일이 싸고 풍부할 것으로 생각하고는 합니다. 저 또한 수단에 오지 않았더라면 매스컴에 의해 주입된 아프리카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프리카는 한 마디 표현으로 담을 수 없는 ‘광활한 우주’이기 때문이지요. 아프리카를 소개하는데 제일 큰 걸림돌은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해 이미 자리 잡은 고정관념이지만, 가장 큰 적은 ‘무관심’입니다. 세상은 넓습니다. 그리고 내가 보지 못한 무관심으로 폭행 당하는 ‘세상의 아픔’ 또한 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손을 내민다. 손을 내미는 만큼 사랑은 커진다. 가뭄과 분쟁, 서구열강의 야욕이 아프리카의 죽음을 부추겼다면, 이제 우리가 건네는 관심은 척박한 땅 아프리카의 가뭄을 해갈하는 단비가 된다. 단비를 통해서만 새 생명이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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